본문/내용
‘레 미제라블’은 한 마디로 ‘영혼의 투쟁’의 대서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간들, 아니 영혼들은 육체가 소멸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쉴 새 없이 번민과 고뇌에 빠지고 그 속에서 영혼은 수없이 많은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죽음’이란 모두가 쉽게 예측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한 인간이 일생을 끝내는 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즉, 인간 하나 하나 속에 내재하고 있는 영혼들이 수많은 투쟁을 통해 변화해 가는 그 매순간 순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 ‘영혼 변화의 순간’인 ‘죽음’이 창출되는 데에 어떠한 방식으로도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의가 있을 수 있다. 즉, 남녀사이의 성애라든지 부모자식사이의 부성 혹은 모성이라든지 신적인 경지에서 내려다보는 애찬이라든지 사전적 정의만으로도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 작품 내에서도 이는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작품 내에서 어떤 식으로 자리매김하든 간에 작품 속 각 ‘영혼’들에게 ‘죽음’을 안겨주는데 ‘사랑’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레 미제라블’에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 가장 주축이 되는 인물이라면 역시 주인공인 ‘장 발장’, 그 다음으로 ‘미리엘 주교’나 ‘꼬제뜨’, ‘마리우스’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인물은 모두 제쳐두고 우선적으로 ‘장 발장’과 ‘미리엘 주교’의 관계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이 이야기의 시작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이 두 인물의 만남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작은 결말만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