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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정전을 거쳐서 도착한 곳은 경회루였다. 경복궁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근정전과 함께 경회루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나 역시 근정전은 정사를 보는 곳, 경회루는 양반들이 모여 즐기는 곳이라고 공식화 시켜 외우고 있었지만 경회루의 참 뜻은 단순한 모임의 장소가 아니었다. 자연과 건물의 조화, 사람과 자연의 조화, 왕과 신하의 조화가 모두 경회루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모두 관찰자의 입장에서 경회루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그 연회를 즐기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밖을 내다본다고 상상해 본다면 내가 그 곳에서 받았던 감동의 몇 배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정전은 생각하면서 정치를 하는 직무공간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서 보니 왕의 공부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신하들이 직무를 수행하고, 왕의 의미가 많은 부분에서 상징적이기는 하지만, 임금의 능력에 따라서 나라의 운명이 달리 하는 것은 그들에게 넓은 지식과 능력이 필요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반면 임금 역시 한 명의 사람임을 알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강령전이다. 왕도 죽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곳곳에 그의 안녕을 바라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바로 강령전이라는 이름이다. 5복중 하나인 강령은 왕이 복을 받기 원하는 마음도 있지만, 덕을 닦으면 자연스럽게 복이 온다는 뜻이 담겨져 있어서 왕이 무조건적인 신봉의 대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월대는 길고 건물은 높게 지음으로 그 격을 높이고, 급사를 방지하기 위한 잡상의 개수를 7개로 함으로서 그가 한 나라에서 최고 권위자임을 증명했다. 크고 좋은 집에 살고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바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