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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우리사회에서 맑스주의 이론의 약점을 극단적 형태로 표현함으로써 맑스주의 위기론 및 포스트-모더니즘을 도입하게 된 통로의 역할을 한 인물은 다름 아닌 알튀세르였다. 알튀세르 철학이 맑스주의 이론을 해체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은 그의 철학 및 방법론에서 이미 그러한 요소가 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 그의 철학을 받아들인 우리 사회의 지성적 조건 때문이기도 했다. 한국사회에서 그의 철학의 수용은 애초의 출발점과 이들의 사회적 조건에서 맑스주의의 과학화라는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낳도록 예비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잘못된 반성이 사태를 악화시키듯이 알튀세르의 이론에 의한 80년대 맑스주의에 대한 반성은 그릇된 전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서구 맑스주의가 그러하듯, 실천적 이론의 인식론적 조건에 대한 반성 없이 이론의 현실에 대한 전유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으로는 문제 자체의 심각한 왜곡을 결과할 따름이었다.
알튀세르의 이론적 실천 의 독자성, 과학과 이데올로기의 기계적 분리 등으로 표현되었던 초기의 이론에서는 과학의 현실전유 가능성은 완전히 단절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주의적 경향은 무매개적으로 객관적 현실을 전유할 수 있다고 전제함으로써 객관주의의 외양을 띠는 것과 아울러 강한 이념주의적 경향을 동시에 지니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알튀세르는 서구 맑스주의의 일반적 성격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레닌주의적으로 독해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