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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섬은 한창훈의 소설이 쉽게 떠나지 못하는 그리움의 공간이다. 한창훈의 소설 주인공들은 도시 변두리에 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자기가 떠나온 쓸쓸하고 고적한 바닷가의 정경을 간직하고 있다. 검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바다,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황량한 해변, 오랫동안의 노동으로 비쩍 마르고 까맣게 그을린 사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들은 한창훈이 가슴에 품고 그리워하는 고향 여수의 모습이다.
고향의 아우라가 한창훈의 소설 세계를 얼마나 강렬하게 휩싸고 있는지는 이번의 첫 장편소설인 『홍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두 권의 창작집을 거치고도 한창훈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아예 ‘홍합’ 이야기만으로 과감하게 삼백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작품을 써낸 것이다. 단편 「항어(行漁)」 속에서 한창훈이 ‘홍합’의 요상스러운(?) 모양을 유난히 심혈을 기울여 묘사했던 대목을 기억하는 눈썰미 있는 이들이 있다면, 작가가 이 신묘불측한 ‘소재’만을 가지고 한 보따리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것이라는 예상을 이미 했을지도 모르겠다.
거두절미하고 『홍합』은 한창훈에게는 더없이 익숙하고 정겨운 고장 이야기요, 그가 애착을 갖는 섬 사람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향수 어린 보고서이다. 작가는 건장한 보통 사내보다 곱절의 생활력을 지닌 씩씩한 ‘아줌마’들을 주요 인물들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펼쳐간다. 『홍합』에는 한창훈 소설에서 종종 등장하여 웃음을 머금게 하던 육덕 있고 해학적이고 서글서글한 중년 여성들이 총출동한다. 소설의 무대 역시 여수 근처의 홍합 공장이며, 이들이 한여름 뙤약볕에서 홍합을 까는 고된 노동을 하는 생활 정경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