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시간의 개념을 떠난 인간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왜 그럴까?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이 있다/없다’, ‘시간이 빠르다/느리다’, ‘시간을 아낀다/낭비한다’, ‘시간에 쫓긴다’, ‘시간을 잰다’ 등의 일상적 표현에서 시간은 객관적 대상으로 전제되고, ‘시간이 흐른다/빠르다/느리다’라는 말에서 과거, 현재, 미래로 분절되는 어떤 방향을 향해 강물처럼 흐르고 있는 존재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은 흘러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시간은 존재의 일부가 아니라 존재하는 것들의 변화를 지각하는 선험적 범주이며, 시간의 흐름을 서술하는 과거, 현재, 미래는 그러한 범주의 구조이다. 어떤 개념을 떠난 범주는 불가능하며, 기호/언어를 떠난 개념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의식이 없는 돌이나 나무는 물론, 기호/언어를 갖지 않는 동물에게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존재는 한결같이 변화 속에 존재하지만 오직 인간만이 그러한 변화, 즉 시간을 의식한다. 인간만이 기호/언어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한 생명체에게 죽음처럼 중요한 것은 없고, 그러한 죽음이 시간의 개념을 떠나서는 인식될 수 없다면, 자신의 삶을 죽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