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설명
꽃에 미쳐 하루 종일 꽃만 바라보며 꽃그림을 그렸던 김덕형, 돌만 보면 벼루를 깎았던 석치 정철조, 담배를 너무 좋아해 아예 담배에 관한 기록들을 모아 책을 엮은 이옥,「백이전」을 무려 1억1만3천 번 읽은 독서광 김득신, 스스로를 간서치(책에 미친 바보)라 했던 이덕무…. 또한 정약전의「현산어보」, 김려의「우해이어보」, 정약용의 그 엄청난 저작들은 어느 한 분야에 온전히 미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지적 소산들이었다.
저자는 18세기 조선시대 지식인의 내면을 사로잡았던 이러한 열정과 광기를 그들이 남긴 옛글의 행간을 토대로 하나하나 탐색해 나간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不狂不及)라는 화두는 나태한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저자의 삶의 화두이기도 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큰 울림으로 남는다. 조선시대 `원조` 마니아 이야기와 함께, 이들의 만남과 남다른 우정, 일상의 평범한 풍경으로부터 비범한 일깨움을 이끌어내는 통찰력에 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만나볼 수 있다.
미쳐야미친다조선지식인의내면읽기
본문/내용
미쳐야 미친다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
바야흐로 ‘마니아 전성시대’다. 신도 이념도 풍문보다 빨리 살해된 시대, 떼 한줌 돋지 않은 붉은 무덤들 주위론 ‘개성’이란 새로운 ‘아버지의 이름’만이 유령처럼 떠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스스로 ‘~폐인’이길 자처하며 심신의 상처와 후유증을 뽐내느라 분주하다, 자해의 크기로 신념의 부피를 자랑하는 양아치마냥. 허나 그들 앞에 진열된 ‘개성’이란 기껏 ‘사소한 차이의 나르시시즘’에 지나지 않는다. 저 수백만 명의 선남선녀들은 자기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똑같은 구두’를 소비하며 생의 허무와 조로한 존재감을 찬란한 판타지로 덧칠한다. 소비 사회야말로 모든 이들의 ‘꿈의 공장’이다.
표피적 상식과 완고한 기성의 문법, 그 ‘벽(壁)’들을 뚫고자 하는 마니아적 열정을 내포한 ‘개성’은 패션 코드처럼 소비되는 가당찮은 ‘개성타령’이나 기인 열전류의 ‘기벽’과는 번지수가 다르다. 그것은 외려 ‘미치려면[及] 미쳐라[狂]’는 불광불급의 ‘광기’ 혹은 ‘편벽’의 또 다른 표정이다. 일찍이 바보, 쪼다란 뜻의 치(痴), 또는 치(癡)와 더불어 벽(癖)은 창조의 열망에 몸살 앓던 선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