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브론테 세 자매만큼 적은 수의 작품으로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도 드물다. 그들이 누리는 인기의 일부는 생애 자체가 가슴앓이였던 여성에 대한 연민의 정이기도 하다. 세 자매 중 맏이로, 셋 중에서 혼자만 남을 때까지 가장 장수한(39세) 샬롯 브론테(Charlotte Bronte, 1816-55)의 대표작 『제인 에어』(Jane Eyre, 1847)는 또다른 의미의 법률소설이다. 흔희 샬롯의 자전적 소설이며 페미니즘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 작품에는 법정도 송사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불행하게 태어난 한 여자아이가 여섯 차례나 거처를 전전하면서 만나는 보통사람들 사이의 서러운 이야기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당시 영국 법조를 지배하던 대법학자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 1748-1832)과 존 오스틴(John Austin, 1790-1859)의 법사상과 일반 지식인의 법감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법률소설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