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런 생활을 하던 79년 봄에 그녀는 희재 언니를 처음 본다. 희재 언니 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 못지 않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동시에 가난한 고독과 절망 속에서 살다 죽은, 혹은 그렇게 인생을 마감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와 다를 바 없는 고난의 일상을 보내야 했던 모든 불우한 젊은이들을 상징하고 있는 인물로 보인다. 과거속 사건은 결국 `사는게 왜 이렇게 힘드는 거니?` 라는 말을 남기고 희재언니가 자살하게 되고 자신이 잠근 방안에서 일어난 희재언니의 죽음으로 외딴방에서 주인공이 탈출하듯 도망감으로써 끝을 맺는다.
신경숙이 『외딴 방』을 통해 보여주는 사적인 삶의 모든 조각들은 역사적 현실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아픔으로 가려져 있던 노동자로서의 삶이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그려지면서 이전 노동 소설의 암울하고 저항적인 분위기가 쉽게 넘보지 못할 경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산업화, 시골 출신들의 도시로의 이주, 고향인 농촌의 삶에 대한 지울 수 없는 향수, 노동 현장에서의 노사갈등과 자본 논리의 관철과정, 군사정권의 폭력과 인간적 권리의 침탈, 그리고 학생과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싸움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이 읽는 이의 맘속으로 물 흐르듯 스며들 수 있는 것은 화자가 이런 주제들을 흥분하지 않고 짐짓 담담하게, 그러나 실은 치열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단히 사실적인 노동 현장의 풍경과 그 속에서 꿈을 꾸는 소녀들이 그려지고 있으며 자본의 착취 구조는 이들의 삶에 연속적인 파문을 던진다. 산업체 특별학급을 다니기 위해 잔업거부에 참여하지 못하고 마침내 노조 탈퇴서를 써야했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