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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 프랑크(Anne Frank)... 숨소리조차 숨기며 살다 결국 발각되어 죽어간 유태인 소녀. 한 발자국도 자유롭게 은신처 밖으로 벗어날 수 없었던 안네가 이제는 영화에서, 텔레비전에서, 책에서, 그리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안네 프랑크 하우스에서도 환한 미소를 띤 밝은 표정으로 살아있다. `안네`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던 건 내가 초등학교, 아니면 중학교 때 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Kitty`라는 이름을 난 희미하게나마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고, 그 때는 안네를 흉내내며 잠깐이나마 그녀의 `키티`를 내 일기장에 훔쳐오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난 곧 일기를 쓰는 일에 싫증을 느꼈고, 안네도 키티도 잊어버렸다. 그러다가 얼마 전 서점에서 다시 그녀의 맑은 미소를 만났다. `무삭제 완전판?`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보아왔던 `안네의 일기`들과는 달리 책이 무척 두껍다. `안네의 일기`는 출판사에 따라, 번역하는 사람에 따라, 참 다양한 버전, 다양한 느낌의 번역판으로 나와 있다. 잊어버리고 있었던 안네가 왠지 나를 끌어들이는 느낌이 들었다. 망설임 없이 그 책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잠시도 손에서 떼지 못한 채 밤새워 책을 읽기는 정말로 오랜만이었다. 안네의 일기라는 걸 처음 읽은 것도 아니고, 영화를 통해서도 그녀를 본 기억이 났다. 그러나 삭제되지 않은 그녀의 글에서 느껴지는 그녀는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안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 있던 안네의 이미지는 단지 홀로코스트를 다룬 여느 영화 속의 유태인들처럼 자유를 속박 당했던 불행한 역사 속 유태인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안네의 일기란 것도 단지 나치 학살의 잔학상에 대한 고발서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