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나는 개인적으로 아오이에게 더 깊이 빠졌다. 그것은 내가 같은 여자 입장이기도 해서이기 보다는, 그녀가 어쩐지 나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약한 존재였지만 미련하리만큼 강했다. 나 또한 그럴까. 그래서 사실은 누구보다도 사랑받고 싶어서, 사랑하고 싶어서 그래서 삶 속에 늘 존재하는 뜨거웠던 가슴을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아오이는 쥰세이에 대해 그다지 언급하지 않았고, 그야말로 현실에 충실하는 냉정한 여인이었다. 하지만 읽어갈수록 그녀의 냉정함 속에서 옛사랑 쥰세이에 대한 열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아오이가 좋았다. 만약 아오이가 내내 쥰세이만 생각하는 열정으로만 가득한 여자였다면, 이 소설은 그저 진부한 연애소설로 치닫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랬다면 제목부터가 달라졌을 것이다. ‘그저 열정’ 이런 식으로.
평범한 일상을 위주로 다룬 아오이의 이야기에 비해 쥰세이의 이야기 속에는 많은 사건과 그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물론 그 마음의 중심은 모두 아오이였다. 나는 아오이의 이야기를 먼저 읽고, 그 다음에 쥰세이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그제서야 이 제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오이가 냉정이라면 쥰세이는 열정 이었던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당연히 맨 끝부분이다. 쥰세이가 다시 아오이를 만나기 위해 밀라노행 국제특급에 발을 올려놓는 장면. 그들은 이 날을 위해서만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을 공유하지만, 과거를 떨치려한 시점에서 다시 찾은 사랑 앞에 주춤거리며 불안해한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아오이를 향해, 8년 시간의 열정을 모아 달려가는 쥰세이의 뒷모습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