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작년 이맘때쯤, 조폭 코미디의 조잡함은 극한을 달리고 있었고 난 그 끔찍함에 아직 적응(또는 익숙)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때 과감하게 조폭 코미디를 들고 나와 12월 막강한 극장가에 머리를 들이민 감독이 윤제균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 때 그 두사부일체란 영화는 유치함의 극치였다. 그런데 사람의 감성이란 것이 이성과는 달라서 그 유치찬란했던 영화에 화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대중 심리가 한몫 했겠고 배우들의 연기도 큰 역할을 맡았겠지만 가장 큰공은 뭐니뭐니 해도 감독의 능력이었다. 유치함을 극한까지 몰아 부치면서 다른 영화와는 달리 오히려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감독의 연출력 때문이리라. 그때 이후로 감독의 이름 석 자는 내 머리 속에 자리잡았고 그의 두 번째 영화가 은근히 기대될 정도였다. 그리고, 작년과 똑같이 조폭 코미디와 멜로물이 맞짱을 뜨는 12월에 색즉시공을 들고서 다시 한번 머리를 디밀었다. 스토리의 기본 형태는 전작과 비슷하다. 만학을 꽃피우려는 은식(임창정)과, 은식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은효(하지원)가 있고 그들 주변에는 언제나 2~3명의 패거리가 함께 한다. 두사부일체의 원조교제와 학원비리 대신 젊은이들의 무분별한 성과 책임의식이 문제점으로 등장했고, 학교 폭력이 화두였던 전작과 달리 젊은이들만의 개성 넘치는 사랑이 영화 전반을 다스리는 이야기 거리다. 그밖에도 공통점은 많다. 여학교 앞 수퍼맨 아저씨처럼 기숙사를 얼쩡대는 이상한 사람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문제점을 건드리기만 했지 섣불리 해결한다든지, 훈계한다든지 하지 않는 약간은 방관적인 태도를 취한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 많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성`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전작과 확실히 선을 긋는데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