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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용서하는 것은 쉽네. 끝내 용서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자신이네.”(p156) 작가는 러이의 입을 통해 이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과거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결국 도려내든, 치유하든 자신이 가진 지난날의 상처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해저의 전투에서 상처를 입은 뒤 다친 사지를 자발적으로 절단해버리는’(p179) 랍스터는 매우 중요한 상징성을 띠게 된다.
여전히 베트남 전의 상흔을 안고 사는 무수한 베트남인들의 핏빛 기억이 채 빛바래기도 전에 따이한의 자식들이 또 다시 이라크인들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역사에서 보기 드물게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긴 베트남이었지만 전쟁은 역시 그들에게 파멸과 아픔을 남겨주었다. 그리하여 아직도 무수한 보 반 러이와 레지투이가 과거와의 화해를 위해 고뇌하고 있고, 건석과 같은 이들이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나에게 말하지 말라”(p79)며 지난날 따이한의 과오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분신들은 이젠 공간만 옮긴 채 이라크 땅에서 또 다시 나타날 것이다. 역사란 이러한 비극적 순환성에서 탈피하지 않는 한 결코 과거의 것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어떤 역사가 이상으로 방현석이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소통을 시도한 것의 의의가 여기 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처음부터 베트남이 아니고 여기, 지금의 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