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빠듯하고 의미 없는 생활 속에서도 주인공은 감상적인 생각은 존재한다. 가령 파지에 물을 뿌릴 때,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종이 위에 떨어지면서 물방울들이 공기에 흩날리며 무지개를 만들어 낸다고 하고 있다. 그 뒤에 덧붙인 말이란 잡을 수 없는 색의 향연이라 했다. 줄곧 아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자신의 생활만을 열거했던 그에게서 이런 고급스러운 생각은 그를 사뭇 낯설게 느끼게 한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 보면 그는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삶 속에서도 사소한 행복을 찾으려 하고 있다. 때려서 미안했다며 사과를 하는 아내에게 소리를 지름으로써 희열을 느낀다. 또 공장가의 계약으로 인해 수입이 늘어난다는 기쁨, 그것은 전에 몇 번 찾아가 사정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는데 이제야 성사되었다는 성취감일 것이다. 또 다시 아내의 폭력이 다가올 것 같은데 꼭 감은 두 눈에서 보이는 복선구실을 하는 무지개. 그의 눈에 무지개가 보이는 것이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색의 향연이.
그가 말했던 것처럼 고물상에, 그의 삶에 봄이 갑자기 찾아왔다.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봤자 변한 그의 아내와 고물상이 전부이지만 말이다. 너무 갑작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주인공이 뭘 했다고 그에게도 봄이 찾아온 거지? 새삼 자신의 삶에 야속함을 느끼고 있을 때쯤 작가는 독자들을 달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