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또 한 명의 시인과 친해졌다. 그 시인이 바로 이낙봉이었다. 그의 시로 알고 있는 것은 이 시집에 나와 있는 접속 4와 접속 6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는 이 시인과 친해졌고, 앞으로 더 많은 시집을 대하고자 한다.
이 시에서 시인은 계속 가고 또 가고 또 간다. 그리고 이 시인과 함께 나도 가고 가고 간다. 지하철을 타고 을지로 3가에서 종로 3가를 지나 경복궁역까지 가서 에스컬레이터를 나고 올라간다. 그러다 받은 문자 메시지에서 다른 사람의 사망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시인은 말한다. ‘또 누가 죽었나. 요즘 문자 메시지는 반 넘어 누군가의 사망소식이다.’
시인은 ‘죽음’이라는 것이 주는 큰 의미를 계속되는 반복으로 인하여 지루하게 느끼기까지 한다. 사람의 죽음도 나에게 닥친 죽음이 아닌 이상 반복은 지루함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지상으로 나온 시인은 햇빛이 밝음을 느낀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나는 아직 죽음을 맞이하지 않은 시인의 안도감으로 보았다. 결국 지루한 것이라고 하지만, 살아가는 것이, 그리고 햇살의 밝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산 자에게는 너무나도 큰 선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