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주인공의 외모를 보아도 그저 평범한, 길거리에서 만나는 그런 보통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영화 초반부의 그의 모난 성격과 그로 인한 유소년 시절의 행적이 짧게 소개된다. 하지만 이 부분을 보고 그가 살인을 저지를 거란 판단은 들지 않는다. 돈 또한 그의 목적은 아닌 것 같다. 그는 크게 가난하지도 않고 아버지의 가게를 운영하면서 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 사형당하기 전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에서 그는 복수의 대상이 아버지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 또한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어릴 적 아버지가 일본군에게 배를 헌납하는 광경을 지켜봄으로써 그는 아버지에게 실망하나 그 실망이 증오로까지 번질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유없는 살인. 그것은 광기에 어린 것도 아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 또한 물론 아니다.
한 군데 그의 살인에서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은 그가 머무르던 여관의 여주인을 죽이는 장면이다. 그전까지 무감각하던 살인은 여관주인이자 그의 성욕의 해소 대상이던 하루를 죽이면서 마치 울 것 같은, 뭔가 서글픈 느낌을 준다. 그녀의 죽음과 주인공의 미묘한 표정은 마치 영화의 종결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 작품을 분석하고 나의 느낀 점을 쓰면서도 아직도 가슴이 찌릿하고 순간순간의 영상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