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렉싱턴의 유령’을 읽고

여섯 번째 작품인 일곱 번째 남자는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파도가 휩쓸려 오면서 친구가 떠내려가는 그 장면의 묘사는 굉장히 평온한 문체로 써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름이 끼칠 듯이 무섭다. 아마도 삶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하는 모임중 일곱 번째로 얘기하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의 얼굴에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꺼내기가 좀처럼 어려울때 흔히 짓는 표정이 어려 있었지만, 그것은 마치 오랜 옛날부터 거기에 있었다는 듯 얼굴에 잘 녹아 있었다. 어렸을 적 바닷가 마을에서 자란 나는 친한 친구 K가 한 명 있었다. 친구는 나보다 한 학년 아래였지만 늘 같이 다닐 정도로,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K는 가냘프고, 언어 장애가 있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몸도 약해서 학교에서 놀 때에는 내가 항상 보호자처럼 그를 보살폈다. 하지만 그림에만은 탁월한 솜씨를 발위하여, 연필과 물감만 쥐어줌ㄴ 선생님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어느해 9월 그 지방에 엄청난 태풍이 몰아닥쳤다. 10년만에 오는 거대한 태풍으로 학교는 일찌감치 휴교를 한 상태였다. 어른들에게는 귀찮고 성가신 일이지만 어린 나에게는 가슴 설레는 행사같은 것이었…(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