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또 이 작품의 매력은 팬텀과 크리스틴, 라울 세 인물 사이에 흐르는 복잡하면서도 비극적인 심리적 갈등이라고 생각한다. 연기 자욱한 호수 위를 둥둥 떠다니는 수백 개의 거대한 촛대들과 크리스틴을 태우고 도도히 노를 저으며 수면을 가로지르던 팬텀의 신비한 모습과 그 카리스마는 나를 너무나도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그리고 아버지의 묘를 찾아가 눈발이 날리는 곳에서 아버지가 정말로 돌아온 것처럼 그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에서 나도 정말 아버지가 다시 살아오신 것처럼 빨려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 라울이 등장해 크리스틴에게 이건 거짓이라고 팬텀과 맞서 싸우는 장면, 그리고 크리스틴은 그를 죽이지 말라는 한마디와 함께 둘이 떠나가는 장면은 긴장과 안도감을 함께 주었다.
마지막 공연에서 팬텀이 크리스틴을 자신의 지하로 데려가고 그곳에서 크리스틴은 팬텀의 가면을 벗기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서 난 외모란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전부는 아닌데 이렇게 만들어진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크리스틴을 구하기 위해 이곳을 힘들게 찾아온 라울을 묶어놓고 자신과 여기서 평생 살 것인지 아니면 라울을 죽일 것인지 선택하라는 것에서 참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어떻게 이것을 이리도 잘 표현했을까, 극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그 상황을 크리스틴의 노래와 애절함이 곁들인 연기를 너무나 잘 표현해 보고 있자니 나도 같이 동요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