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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조한 몇 마디의 말에서 배설에 대한 이순신의 크나큰 분노를 느낀 것은 나의 착각이었을까? 짧은 말 안에 베어있는 절제미. 그 속에 분노나 원통이란 단어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그런 이순신의 분노를 읽을 수 있었던 건 왜일까? 문학은 그것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타인에게 행하는 말 걸기라 했던가? 『칼의 노래』를 읽으며 나는 마치 이순신이 내게 와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특이한 문체뿐만 아니라 『칼의 노래』는 많은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인간 이순신’을 그렸다는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라는 말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이순신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에게 알려진 이순신은 ‘영웅 이순신’이었지 ‘인간 이순신’이 아니었다. 그 이순신은 ‘충무공 이순신’이었지 ‘신하 이순신’은 아니었다. 이 소설을 통해 나는 조금이나마 이순신에게 다가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간으로서 이순신은 죽음을 두려워했다. 그동안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으로서의 이순신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인간 이순신은 각오되지 않는 죽음이 두려웠고, 생물적 목숨의 끝장이 결국 두려웠다. 그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왜적뿐이 아니었다. 그의 생명을 위협하는 한가운데에 임금이 있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임금의 칼보다는 적의 칼에 적의 적으로서 죽기를, 무인으로서의 죽음을 원했다. 그는 정치보다는 무인으로서 백성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 하지만 세상은, 아니 적어도 임금은 그와 달랐다. 임금은 장수의 용맹을 원했으나, 그 용맹을 두려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