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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의 작가 김진명의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읽었다. 잠시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나는 마지막 장을 덮고 한동안 멍한 기분으로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일본의 마사코 황태자비가 도쿄(東京)의 한 가부키 극장에서 20년 만에 만나는 동창생들과 대화 중 감쪽같이 사라진다. 일본 정부와 국민은 발칵 뒤집히고, 사건을 맡은 엘리트 형사 다나카는 사건의 열쇠가 일본이 은폐하고 있는 한성공사관발 435호’문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문건의 실체와 납치범의 의도를 알기 위해 끈질긴 추적을 한다. 한국인 납치범이 황태자비를 풀어주는 대가로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문건435호에는 엄청난 음모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소설의 핵심이 되는 이 외교문건에는 명성황후 시해와 관련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충격적인 내용으로 들어 있다.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침략을 미화하고 역사를 왜곡한 일본우익의 새로운 교과서는 매장될 수밖에 없다.
주인공은 이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막기 위한 여론환기의 수단으로 우리의 국모 명성황후와 가장 대비되는 일본의 국모 황태자비 납치라는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한 것이다. 을미사변에 붙인 픽션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하고 실체가 있는 이 책을 보며 `한 나라의 국모가 저렇게 처참하게 당할 수도 있구나, 그리고 이렇게 무심한 민족도 있구나`하는 자괴감을 지울 수 없었다. 명성황후가 사학계의 일부 시각대로 민씨 일족의 이익만을 위해 그 역할에 충실히 복무했는지 혹은 한 왕조와 나라, 그리고 백성들을 위해 고민하며 역사의 한 장을 기록했는지는 확실히 모른다. 다만 나라의 기력이 쇠잔하고 사분오열로 갈라져 누구도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할 때, 그는 우리의 국모로 존재하다가 이웃나라 낭인들의 손에 처참하게 죽어갔고 또 쉽게 잊혀져갔다는 사실이 확실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