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어릴 땐 그저 재밌게 읽은 책이었는데. 말을 할 수 없는 한 그루의 라임 오렌지나무에 의인화를 시켜 살아있는 사람처럼 대하는 제제가 신기했고, 왜 어른들은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악마`라고 부르는 걸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종종 악질적인 장난을 저지르긴 하지만 제제를 둘러싼 환경이나 어른들이 내 눈엔 더 악랄하게 느껴졌다.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어른들을 이해하게 되고 때론 쓴 웃음으로 그런 사실들을 인정하며 살아가고 있었을 무렵, 우연히 라디오의 어느 클래식 프로에서 이 책을 다시 만났다. 사려 깊으며, 나직한 목소리의 DJ가 읽어주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어둠 속에서 들으며 나는 눈물을 흘렸다. 모든 구절구절이 아프고, 또 한없이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제제가 단지 가난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성장을 했다는 사실이 슬펐다.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성장의 속도를 제제는 그토록 사랑했던 뽀르뚜까 아저씨의 죽음과 함께 급속도로 앞질러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겐 왜 이렇게 사는 것이 힘든걸까.` 어린 제제를 따스하게 끌어 안아주며 제제의 누나, 글로리아는 한숨을 짓는다. 모든 것이 풍족하게 갖춰졌으며, 그것들을 당연하게 누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게만 맞춰진 세상은 어린 제제에겐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