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오산이의 기억 밑바닥엔 어린 시절 미나리 군락지의 푸른 풍경이 있다. 그 풍경은 그러나 상처다. 등에 푸른 반점을 지닌 친구 남애로부터 거부당했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봉인되어 있다. 옹이진 상처는 끝끝내 그녀의 삶을 쥐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폭력적 부재, 늘 그녀를 혼자 두고 떠나버렸던 어머니. 이 상처의 기억들은 그녀를 식물처럼 살게 한다. 목덜미를 잡아채는 듯한 상처의 기억 때문에, 타인을 향해 쉬 손내밀지 못하는 그 여자의 꿈은 언제든지 글을 쓸 수 있는(그녀는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필사하며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다독거린다) 넓은 탁자를 하나 갖는 거지만, 그 꿈은 멀리 있다. 출판사 오퍼레이터 면접에서도 거절당한다. 그녀는 세종문화회관 옆 화원에 `꽃을 돌볼 종업원`으로 취직한다.
`바이올렛`은 그녀와 남자를 이어준 꽃이기도 하고, 수줍은 여자를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단어의 발음은 폭력, 즉 바이올런스를 연상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폭력의 이미지가 소설에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그여자, 오산이를 따라가는 내내 독자의 마음은 아슬아슬하다. 조심조심 내려가 절망의 밑바닥에 발을 딛고야 말 때까지 위태롭게 이어지는 시간은 저릿하기까지 하다. 지금이라도 광화문 네거리에 나가면 바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바로 우리 옆에 늘 존재하는 여자인 것만 같기에 그 애틋함은 더 간절해진다. 그러나 그녀 곁에 존재하는 또다른 그녀의 분신 수애나 건강한 낙원의 공간을 일구는 벙어리 화원 주인을 통해 작가는 삶의 환한 국면을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