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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경기 논쟁에서 이채로운 현상은 민간 쪽에서 경기 속도 조절론을 주장하고 있고,반대로 정부 쪽에서는 시기 상조론을 내세우고 있는 점이다. 과거 경기 논쟁이 벌어질 때는 으레 정부가 과속을 단속하려 들면 민간 쪽에서는 아직 때가 아니라며 말리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민간의 대표적 연구기관의 하나인 삼성경제연구소가 거듭 경기 과열과 거품을 경고하며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거시경제정책의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여전히 수출과 투자 회복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내수 부양 위주의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컵의 절반을 채운 물을 보고 이제 반밖에 안 남았다고 할 것인지,아니면 아직 반이나 남았다고 할 것인지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달려 있는 문제다. 경기 상황에 대한 진단과 처방도 가치 판단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누가 옳은지는 시간이 지난 후에 결과를 놓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한 가지 염려되는 것은 정부의 판단에 경제 외적인 요인이 들어 있지는 않으냐 하는 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모처럼 불붙은 경기를 식히겠다고 나선다면 집권세력이 이를 예쁘게 보지 않을 것임을 알고 멈칫거리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승객들의 안전은 운전기사에게 달려 있다. 운전기사가 아직 브레이크를 밟는 것은 물론 엑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뗄 때도 아니라며 가속기 페달을 계속 밟는다면 승객들은 아무리 불안하더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러나 전복 사고가 일어났을 때 안전띠를 매고 좌석에 앉아 있는 승객들보다는 자리도 얻지 못해 통로에 서 있는 승객들이 더 많이 다칠 것이다. 에어백이 달린 고급 승용차의 승객이라면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경기 과열로 부동산 가격 등 물가가 치솟고 곳곳에 거품이 생길 경우 그 피해는 ꡐ가진 사람ꡑ들보다는 ꡐ못 가진 사람ꡑ들에게 더 많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