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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재생산되고 소비되었다. 일종의 지역주의에 대한 해석에 있어 ‘의사 사회적 합의’를 주장하는 지배담론이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러한 담론상황이 가져온 효과는 여러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우선은 사태전개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정치엘리트 개인의 차원으로 환원시킴으로써 지역주의 문제에 대한 구조적 이해를 어렵게 하였다는 점이다. 호남의 투표행태는 특정 정치엘리트에 대한 맹목적인 지역주의 추종행위로 비난되고, 反호남 지역주의에 대한 비판적 이해는 ‘親DJ적’ 정치성향 때문인 것으로 치환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지역주의에 대한 합리적 논의의 지평은 확대되지 못했다.
둘째는 권위주의 집권연합의 세력기반을 확대시키는 한편 그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분해하는 데 기여하였다는 점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3김청산론은 민주화와 관련된 이슈의 강도를 약화시키고 그 원인을 반대당 후보들의 지역주의 경쟁 때문인 것으로 환원하는 담론효과를 가졌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1996년 15대 총선을 전후한 시기 정치세력화를 모색했던 재야세력은 결과적으로 권위주의 지배연합과 나란히 3김청산론의 담론정치를 전개하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집권당의 선거승리와 통합민주당의 지도부를 포함한 재야출신 후보의 낙선과 좌절을 가져왔을 뿐이다.
셋째는 민중당 지도부 혹은 재야운동 출신이 집권당인 신한국당(후에 한나라당)에 참여할 수 있는 담론적 루트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들이 이념적 거리를 뛰어넘어 정치활동의 장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3김청산론은, 정당연합론에서 말하는 일종의 접속점(connectedness)의 효과를 가졌다는 것이다. 3김청산론의 담론적 효과를 알리바이로 이들은 권위주의에…
선호하는 것은 가능한 한 정치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 방법은 3김청산론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에 대한 대중적 불만의 소재들을 3김으로 치환하고 이들과 이후 세대 정치인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주류언론은 한결같이 새정부에게 3김정치 종식을 제안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에 의해 정의된 3김정치는 지역동원정치(문화일보 4월 14일), 보스정치(경향신문 2월 25일), 야당과 초당적 대화 없는 정치(조선일보 2월 25일), 권위주의정치(세계일보 1월 23일), 수의 논리로 개혁을 밀어붙이는 정치(동아일보 1월 28일), 정쟁이 되풀이되는 정치(세계일보 2월 27일) 등 기존에 제기된 한국정치의 문제 일반을 대표하는 의미로 정의되었다는 점이다. 나아가서는 정당정부, 정당간 파당적 경쟁 등 민주정치의 중심 요소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는 해석을 동반하고 있다. 3김정치가 이렇게 해석되면 정치의 모든 부정적 측면을 3김정치로 환원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정치를 냉소하는 이데올로기적 경향은 쉽게 재현될 것이다.
이와는 다른 측면에서도 3김청산론은 아직 끝나지 않은 지배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하는 것은 집권 노무현정부의 중심세력이 과거 3김청산론의 담론생산자 중의 하나인 ‘통추’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관점에서 통추의 정치관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 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이 논문의 주제와 관련하여, 주류언론의 지역주의 담론에 편승했던 이들의 협애한 한국정치관이 향후 어떤 결과를 낳을 지는 여전히 주목할만한 대목이라고 하겠다.
한국의 지역주의 문제를 이해하는 접근 내지 퍼스펙티브의 차원에서 지금까지의 논의가 갖는 핵심은, 한국의 지역주의는 민주화이후 한국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원인이 아니라 역으로 한국정치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 - 이념적 대표체제의 협애성, 하층배제적 엘리트카르텔구조로서의 정당체제, 초집중화된 사회에서의 동심원적 엘리트구조 등 - 때문에 나타난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