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들어가는 말
일찍이 헤겔은 예술의 종언(終焉)을 주장한 바 있다. 거대한 소비 메커니즘으로 진화했던 공룡이 멸종한 것처럼, 어떤 것의 역사는 진화의 여러 가지 변수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우연히 종말을 고할 수가 있다. 그러나 단순한 우연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떤 것이 필연적으로 종말에 이를 것이라는 생각은, 특히 헤겔적 역사관을 배경으로 할 때, 어떤 것이 자신의 본질과 존재 이유를 완전하게 성취하는 시점에 이를 때 그것의 역사는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논제를 함축한다. 그리고 이 생각을 예술사에 적용할 경우, “예술의 종언”은 예술의 본질이 완전하게 실현된 이후에는 진정한 의미에서 예술의 미래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차적 논제를 함축한다. 따라서 단토의 예술의 종언 논제는 ‘예술’에 관한 본질주의적 견해를 토대로 한다.
20세기 후반에 아더 단토는 이 논제를 예술철학 담론의 중심부에 내놓았다. 단토의 논제가 예술철학뿐만 아니라 문화해석학의 담론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까닭은 현대예술과 대중문화가 서로의 경계를 넘어서면서 자신의 본래적 역할들의 융합 내지는 특이한 진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이다. “어떤 것을 예술로 볼 수 있기 위해서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예술 이론의 분위기, 예술의 역사에 관한 지식이다. 예술은 그것이 존재하기 위해서 이론에 의존하는 종류의 사물이다; 예술 이론이 없이는, 검정 물감은 단지 검정 물감일 뿐이고 그 이상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라스코 동굴 벽화는 그것이 아무리 어떤 아방가르드 회화와 닮았다 해도 결코 예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