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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이 비극을 준비하기 위해 작가는 50년 전에 일어났던 더 참혹한 비극을 마련해두고 있다. 영화 속에서는 가볍게 스치듯 지나간 제3국행 포로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거제도 수용소에서 과격파 공산 포로의 행동대장이었던 이연우는 반공 포로와 충돌하는 과정에 친동생과 마주친다. 그는 공산 포로들의 공격으로부터 동생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동생의 팔목에 동여매진 천(반공 포로의 표식)을 풀어주려고 하지만, 그 순간 ꡒ미군이다!ꡓ라는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팔을 뻗어 손에 든 칼로 동생을 난자하고 만다. 이 섬뜩한 ꡐ조건 반사ꡑ! 미군에 대한 극단적인 공포가 눈앞에 있는 동생조차 못 알아보도록 한 것이다. 수혁의 경우도 실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 비극은 누구 때문에 일어난 것인가. 물론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을 ꡐ파블로프의 개ꡑ로 만들어버린 극단적인 반공 체제의 결과이겠지만, 그 뿌리깊은 강박을 극복해야 할 책임은 오롯이 우리들 삶의 몫으로 돌아온다. 우리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채 잠재의식의 심연에 도사리고 있는 그 피폐한 상흔을 우리 스스로 드러내 제거하지 못한다면 남북간의 진정한 화해는 요원한 일이 되고 만다. 언제 어떤 계기에 그 무의식이 이빨을 드러내며 튀어나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