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법적으로 호주제는 알맹이 하나 없이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문구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호주제는 한 가정 안에서, 연륜이나 생활의 경험이 아닌 부계혈통에만 의존하여 가족구성원의 순위를 정하고 있다. 또한 이 알맹이 없는 호주제가 숱한 가정들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딸들을 살해하는 근거가 되어 여성들에게는 치명적인 독소조항으로 기세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할머니, 어머니, 성년이 된 누이 등 분별 있는 어른들을 제치고 아직 제 앞가림도 못하는 어린아이를 집안의 어른으로 정하는 것을 아름답고 좋은, 길이 보전할 우리의 풍속으로 고집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시대착오가 아니다.
일부 호주제 존치론자들은 ꡐ가족관계에 있어서 남녀 동등이라는 말은 성립이 안 된다ꡑ라고 주장한다. ꡐ개인의 존엄과 양상의 평등ꡑ은 오랜 세월 투쟁하여 얻어낸 인류 보편의 절대 가치다. 마땅히 우리 가정과 사회는 이러한 바탕 위에 세워져야 할 것이다. 호주제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근원에서부터 부정하는 것으로 철저하게 어머니와 딸 등 여성 전반을 차별하는 악습이다.
어른을 공경하는 아름다운 풍속이라고 후주제를 옹호하는데 이 때 어른이란 곧 남성인 것이다. 구성원의 절반을 이류의 인간으로 취급하면서 가족 제도의 옹호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 집단의 특수성이란 전체의 보편성에 근거할 때만 가치가 있다.
호주제는 미풍양속이 아니다. 역사의 발전과 인류 보편의 가치를 부정하는 시대착오적인 가부장제의 마지막 산물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