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 이런 점에서 보라매병원사건과 같은 경우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그 인턴의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적 입장에서 볼 때, 행위자의 행위시에 인공호흡기가 부착된 환자가 이미 살아있는 사람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있다. 그런데 인턴이 환자로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때, 그 환자가 아직 살아있는 사람으로 간주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가 행위당시의 상태에서 더 이상의 특별한 부가적 행위가 없어도 계속하여 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만일 보라매병원사건처럼 환자가 점차 의식의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징조가 보이고, 유사한 수술로 치유된 사례가 적어도 70% 以上되었다면, 그 정도의 가능성은 그 인공호흡기가 부착된 환자를 충분히 산 사람 내지 살고 있는 사람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라매병원사건의 경우 여기에 하나의 陷穽이 있을 수 있다. 즉 피해환자에 대해 이미 담당 의사는 치료중지결정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결정을 현실화하는 조치를 취하였기 때문에, 그 피해자는 그 인턴의 행위시 살아있는 사람으로 간주할 수 있기보다는, 오히려 죽은, 혹은 죽게 될 사람으로 보는 것이 합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담당 의사의 치료중지 결정과 그 결정에 따른 기계적 조작으로 그 환자는 죽게 될 것이 거의 확실성에 가깝게 되었으므로, 그는 이미 죽은 사람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사건에서 그 인턴의 행위는 부작위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