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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암울하던 70년대에 영화속 남자들은 어찌 할 수 없는 현실에 눌린채 한숨만 쉴 뿐 그 한숨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현실 비판에 가장 적극적으로 발언한 경우라고 할 수 있는 「바보들의 행진」에 등장하는 대학생 병태와 영철의 모습은 무기력한 한숨과 도피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엄격하고 권위적인 아버지는 아들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여기기보다는 언제나 무력하고 불안한 `보호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교수 역시 일방적인 권위만 앞세울 뿐이다. 포악스런 정치권력은 우울한 시대를 만들어 내고 많은 사람들은 절망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다. 그런 현실에 대해 영철은 자살로 젊은 삶을 끝내고, 병태는 휴교 조치가 내려진 캠퍼스를 거닐며 한숨을 쉬지만 결국 군대에 입대한다. 그런 병태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은 영자다.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만 잘 가면 만족한다던 영자는 차츰 남자들의 고뇌와 방황을 이해한다. 떠나는 입영열차를 뒤따라가면 병태에게 `사랑한다`고 외치는 영자의 이미지는 희망의 빛이자 구원의 성모처럼 다가온다.
이같은 역할과 이미지는 또 다른 `영자`나 `경아` `이화` 에게서도 찾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