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동혁은 자기가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노동자들 중, 누군가의 희생이 잘 이용되기만 한다면 모두들 필사적으로 쟁의에 가담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누가 희생을 원할까. 아마 모두들 내가 아니라도 어떤 자가 대신해 주기를 기다리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ꡐ어떤 자ꡑ를 기다리는 동안에 기회는 지나가게 된다. 시간은 자꾸 흘러간다. 노동조건의 향상과 인간다운 삶의 희망은 늦춰지게 되는 것이다. 또 어쩌면 한 사람의 무모한 죽음으로 끝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다음 같은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전태일의 죽음은 헛된 것 이였나? 노동조건의 향상을 위한 외침으로 인해 그때 그 자리에서 노동운동의 움직임이 사라졌는가? 더 타올랐는가? 이런 질문을 하고, 받다 보면 우리는 동혁이 내린 결단이 결코 무모해 보이지는 않는다. 비록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그의 희생에 의해 잉태된 결과마저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3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의 변화된 노동운동역사나 향상된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그것을 설명해준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개선되어야 할 노동문제가 많고 노동운동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 역사 속 노동자는 ꡐ과거 속의 영웅 전태일이나 『객지』소설 속의 동혁처럼 뿌연 안개를 걷히고 과감히 어둠을 밝힐 수 있는 용기 있는 자ꡑ를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다. ꡐ깨인 의식ꡑ을 가진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노동 문제를 해결해 왔고 현재도 열렬히 싸우고 있다. 이런 ꡐ깨인 의식ꡑ이 있기에 인간은 내일을 기다리고, 해가 떠오르는 것을 믿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