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 현대 사회와 문화, 그리고 신성함
현대 사회의 문화는 끊임없이 소비되는 상품들이 넘쳐나고 다양한 주제가 다양한 매체로 표현되고 있다. 하루에 수 편씩 쏟아져 나오는 영화, 얼마나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책과 잡지, 그리고 매일 아침을 함께 시작하는 텔레비전까지 어쩌면 우리는 문화(상품)의 홍수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화의 형태와 종류 자체가 증가하면서 하나의 문화를 향유하고 소비함에 있어서 그 문화에 대한 고민은 줄어들고 있다. 하나의 문화를 소비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는 문화 상품의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과거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신성함’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아마도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서의 문화는 하나의 상품이라기보다는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고 삶에서의 파생된 것들 모두를 문화로 지칭했다. 물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문화를 이러한 시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미 이윤을 위해 상품화 되어버린 문화의 홍수 속에서 문화를 ‘삶의 방식 그 자체’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상품화 된 문화 속에서 우리가 문화의 신성함을 생각한다거나, 신성함을 위한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히도 어려운 일이다. 아니, 문화 자체가 신성함을 담아내기조차 불가능해 질지도 모른다.
2. ‘에반게리온’과 종교
이렇게 현대 문화가 신성함이나 종교성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에반게리온’이 담고 있는 종교적 색채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전락한 만화가 종교적인 내용을 담는 경우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 종종 발견되는데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와 같은 명작으로 평가받는 만화가 그 예이다. 주제 자체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만화의 ‘장치’ 등에서 종교적인 색채를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