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어느 키 크고 남루한 차림을 한 사람이 서슬 퍼런 칼을 들고 침입한다. 그는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3천원의 돈을 요구한다. 환상이었다. 정호는 문득 벽장 속에 넣어둔 돈 3만원이 잘 있는지 확인 해 본다. 그런데 그 돈 중에서 내일 3천원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인색한 정호의 마음은 바싹바싹 마른다.
애초에 그는 다섯번째 첩을 데려오는 조건으로 쌀 3백 석과 돈 3천원을 주기로 했다. 이것을 차일피일 미루자 다섯번째 첩이 그만 자기 집으로 달아나 버렸다. 아무래도 그는 내일 중으로 돈만이라도 우선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호는 그 돈을 주는 곳을 아까워하며 초조해 하다가 그 첩이 저주하는 환상을 보게 된다. 또한 기근 구제비와 사립학교 기부금 등을 달라고 했던 사람들이 총을 들고 와서 위협하는 환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가장 믿을 만한 첫째 부인에게 가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그는 금고를 소중하게 챙긴 뒤 방문을 연다. 문을 열고 정호가 나가려는데 사냥개가 달려든다. 정호는 갈 자라고 손짓을 했으나 사냥개는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 그가 금고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계속 짖으며 다려든다. 그는 발길로 사냥개를 찬다. 별안간 사냥개는 정호의 목을 물어뜯어 죽인다.
그 이튿날 아침 정호의 시체가 발견되었을 때에는 사냥개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목적으로 사온 사냥개에게 오히려 도둑으로 오인되어 물려 죽는 수전노의 아이러닉한 죽음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이 작품에서 박영희가 표현하고자하는 것은 단순히 아이러니가 아니다.
박영희는 소설은 건축이다는 김기진의 말에 반박, 구성의 치밀함이나 성격 묘사의 중요성보다는 소설에서의 사상성을 강조하였다. 즉 박영희는 산양개라는 작품을 통해 자본가 정호의 인색함과 노예 근성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칭되는, 사냥개로 상징되는 무산 계급의 투쟁과 해방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