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의미가) 되고 싶다.
(『현대문학』 9호, 1955.9)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사물로서의 `꽃`에 대한 이름과 그 의미에 대한 관계의 고찰을 바탕으로 철학적 접근을 통해 시적 의미를 형상화한 작품으로서 김춘수 초기시의 특징인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존재의 의미를 조명하고 그 정체를 밝히려는 의도를 가진 이 시는, 주체와 대상이 주종(主從)의 관계가 아니라, 상호 주체적인 만남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다분히 철학적인 시여서 정서적 공감과 함께 지적인 이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