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옥은 스스로 주장하기를 “나는 요즘 세상의 사람이다. 내 스스로 나의 시, 나의 문장을 짓는데 선진양한에 무슨 관계가 있으며 위진삼당에 무어 얽매일 필요가 있는가”(김려, <제묵토향초본권후>)하였는데, 이 말은 참된 가치는 전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입장에만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중세적 사유의 핵심이라 할 주자의 글에 대해서도, 그 글의 도덕, 천리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을 생략한 채 일상적인 유용함이 있다고만 주장한다.
“주자의 글은 이학가가 읽으면 담론을 잘 할 수 있고, 벼슬아치가 읽으면 소차(소차:상소문)에 능숙할 수 있고, 과거시험 보는 자가 읽으면 대책에 뛰어날 수 있고, 시골 마을 사람이 읽으면 편지를 잘 쓸 수 있고 서리가 읽으면 장부정리에 익숙할 수 있다. 천하의 글은 이것으로 족하다”(<독주문>)
도덕과 천리를 논해야 하는 주자의 글을 두고 말을 잘하고, 소차를 잘 짓고, 대책에
뛰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폄하다. 시골 사람은 편지를 잘 쓸 수 있고, 서리가 장부정리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언급에까지 이르면 주자 문장의 일상적 유용함에 대한 옹호는 트릭이 되며 일종의 모독에 가깝다.
이옥은 전범적 문장 일체를 부정하고서 자신이 처한 시대에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솔한 언어창출을 추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