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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의 처녀 시절의 모습은 <여자의 일생>에서 수도원을 나오는 쟌 못지않게 청순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보다 더 건강하고 명랑하며 발랄하다는 점뿐이다.
‘행렬 속의 젊은 처녀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몹시 미목이 아름다운 처녀였다. 아마 그만큼 아름다운 처녀는 그 밖에도 몇몇은 있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감정이 나타나기 쉬운 함박꽃 같은 입과 천진스런 큰 눈은 얼굴의 빛깔과 윤곽에다 더욱더 풍부한 표정을 지어 주었는데, 모두들 흰옷을 차려입은 행렬 속에서 이처럼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단장을 자랑할 만한 처녀는 오직 테스뿐이었다.
이런 주인공이 야수 같은 사내 알레크 때문에 순결을 잃고 사랑하는 클래어로부터는 ‘순결을 상실했다’는 고백 때문에 신혼 초에 버림을 받으며, 드디어는 알레크를 살해하는 세 가지의 큰 비극에 휘말리게 됨으로써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간다.
이야말로 맹목적 의지(운명)의 장난이 아닐 수 없겠다. 우리는 이런 작품을 읽음으로써 이 세계 질서의 엄청난 오류를 일별하게 되고, 우리 생의 연약하기 짝이 없는 정황을 이해하게도 된다.
토머스 하디가 두메의 초옥에서 태어났을 때, 의사는 사산인 줄 알고 태아를 방 한쪽 구석에 밀쳐놓았는데 해산구완을 하던 이웃 아낙네가 죽지 않았음을 보고는 살려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염세주의자인 작자 하디는 태생에서부터 벌써 음사한 분위기를 띠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그의 문학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것은 하나의 맹목적인 내재의식이라는 생각과 또 유전과 환경이 인생을 절대적으로 좌우한다는 철저한 운명론이 명백하게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