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몇날을 그리다가 오늘에야 상봉하니,
사창 휘장 속에서 얼굴을 가까이 했네.
등 앞에서는 시도 그만두고 속삭임도 그만두사이다.
침상에서 놀라 깨면, 새벽종이 들려옵니다.
은하수는 맑지 않는데 오작이 흩어지는 것을,
무산을 어찌하면 다시 운우를 깃들게 할까요.
한번 이별을 나누면 소식이 아득한 것을,
머리 돌려 바라보니 궁문이 겹겹이 닫혀 있네요.
등불 꺼진 사창에 지는 달이 비치기로,
견우직녀 손을 나누니 은하수가 가로놓였네.
좋은 밤의 일각은 천금과 같다는데,
이별의 눈물 흐르니 온갖 원한 녹아드네.
이로부터 가기가 쉽지 않으리니,
옛부터 좋은 일엔 마가 많나니.
다른 날 미진한 인연 다시 이어 서로 만나면,
끝없는 우리 사랑 늙도록 갖고 지고.
위의 시는 영영과 김생이 주고 받은 시이다. 실제 김생과 영영이 나눈 사랑을 따져보면 금지된 사랑이었고, 비윤리적인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아름다운 시는, 그러한 지탄받을 만한 행위를 아름답고 애절한 영영의 사랑으로 느끼도록 만든다. `무산을 어찌하면 다시 운우를 깃들게 할까요`라는 영영의 말은 내가 생각하는 조선시대의 억압된 여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여성이 복종적이고 욕구를 억압하여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은 여성의 욕구를 드러내며 남성과 대등한 위치로 표현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 김생이 `끝없는 우리 사랑 늙도록 갖고 지고`라고 말한다. 조선시대 흔히 상위 높은 중첩제도를 이용해 남성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키게 하였는데 김생은 이러한 표현을 통해 영영에 대한 자신의 유온하고 영원한 사랑을 얘기한다. 흔히 내가 생각하는 조선시대의 남성본위의 사고와 남성지배적인 사랑에 대해서 이 시는 새로운 사설을 발견하게 해주었으며 조건과 배경을 초월한 서로를 지극히 사랑하는 젊은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참고문헌
김기동·전유태 편자(1984), 한국고전문학 100 [영영전], 서문당.
김낙효(1996), 고전소설과 문학교육, 도서출판 박이정.
박일용(1993), 조선시대의 애정소설, 집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