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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경화의 물결 속에서 비록 독일에서 신나치 세력이 형성되고 있다고는 하나, 독일이 다시 여타 유럽국가를 침략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독일이 전범 재판을 통해 나치 시대의 과거와 명확하게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1945년 이후 천황제 부활, 전범에 대한 불처벌, 과거에 대한 부인은 왜 오늘의 일본이 새롭게 우경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즉 유럽은 통합의 길로 나서고 있으나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국가간 군비경쟁과 민족주의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패권주의가 여전히 개입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이러한 극명한 차이는 바로 일본의 침략전쟁을 일본 자신이 그리고 여타 나라들이 어떻게 정리했는가의 차이에서 궁극적으로 기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현대사는 반민특위의 그늘 아래 있다고 볼 수 있고, 오늘의 독일과 일본 역시 전후 전범 처리라는 과거청산의 그늘아래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면, 과거를 청산하는 것 역시 그 정도의 비중을 갖고 있는 역사 만들기, 국가 만들기, 국민 만들기, 법과 질서 만들기 작업이다.
전쟁 혹은 국가폭력은 국제사회 혹은 국내 정치공동체가 전쟁과 갈등이 없는 새로운 질서로 거듭 날 때 완전히 종식될 수 있는 것이라 본다면 가해 책임자의 단죄 등 법적인 처벌은 하나의 출발점에 불과한 것이다. 즉 국가 범죄의 재발과 복수의 반복을 막기 위해 분명한 과거청산이 필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국가 내, 혹은 국가 간 갈등의 극복, 즉 항구적인 평화체제의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권력은 자신의 정치적 반대자를 언제나 억압하려는 충동을 갖고 있으며, 정치권력은 반대자를 없애기 위해 종족 적인 차이, 인종적 차이, 종교적 차이, 지역간의 불평등 등의 사회적 균열의 공간을 언제나 활용하고자 하는 유혹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전시 체제는 그러한 유혹을 전면화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