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4. 마무리 말
개혁은 자각을 바탕으로 삼은 개혁이라야 진정한 개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위에서 좀 장황하고 지루하다 할 정도로 자각의 의미와 발생구조를 분석하여 보았다.
흔히 개혁은 사회제도의 개혁으로 말한다. 인간의 삶에서 제도는 필요하다. 제도가 없다면, 인간의 삶은 영위될 수 없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본래 유전적으로 자동기제화되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버릇을 길러 자동기제화를 만들어 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볼 때, 무릇 제도란 악이다. 삶은 본디 자유로운 것인바, 어떠한 제도도 자유를 억압하기에 그러하다. 그래서 제도는 필요악이 된다.
제도는 아무렇게나 만드는 것이 아닐 것이다. 구체적인 삶의 현장과 상황 속에서 제도는 그시그시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과거 역사 속의 제도도, 이것이 오늘날 입장에서 보면 가당치가 않게 생각될지라도, 그 나름으로 그 당시의 삶의 여건에서 그 필요성을 가진다. 삶의 내용과 실질이 바뀜에 따라서 이에 알맞은 새로운 옷으로서의 새로운 제도가 요구된다. 제도를 제대로 개혁하려면, 제도가 지닌 이러한 측면을 잘 헤아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일단 만들어진 제도는 바뀌기가 쉽지 않다. 만들어진 제도에 사람들이 익숙하게 버릇이 들기 때문이다. 버릇이 들지 않은 제도가 있다면, 이러한 제도는 제도로서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 제도를 새롭게 고쳐 만든다는 것의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형식적으로의 제도개혁은 어려움이 별로 없다. 그러나 외형적인 제도개혁으로 끝난다면, 오히려 혼란만 야기할 뿐 아무런 소득과 소용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