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 사례에서 담당 전문의는 퇴원 여부를 혼자서 결정하지 말고, 병원 윤리위원회에 이 문제를 상정했어야 했다. 수술 동의서를 확보하지 못 하고 서둘러 이루어진 수술은 치료의 의무와 관련해서 이해될 수 있으나, 환자 부인의 강한 요구에 이끌린 퇴원 조치는 너무 성급했다. 법원으로 넘어간 사건은 의학적, 윤리적 판단보다는 살인죄라는 형법적 판단에 초점이 맞추어졌고, 의사의 퇴원 조치가 살인죄의 구성 요건을 갖추었는가를 주로 심의하고 말았다.
한편 이 사례에서 당시 환자는 더 이상의 회복 가능성이 없는 희망이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 오히려 수술 후 적절한 치료가 계속 제공되었다면 회복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러므로 이 환자는 희망이 없는 말기 환자가 아니며, 따라서 이 사례는 말기 환자에 대한 연명 치료 유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2. 논 의
여기에서는 먼저 연명 치료 유보가 의료 윤리의 문제로 등장하게 된 배경, 연명 치료 유보와 안락사의 구분, 연명 치료 유보에 관한 가톨릭의 가르침 등을 살펴본 후, 이 관점에서 대한의사협회 「의사윤리지침」의 연명치료유보 관련내용에 대한 검토, 연명치료유보 시 고려할 점 등에 관하여 살펴보겠다.
(1) 의료 윤리 문제로서의 연명 치료 유보
연명 치료 유보란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제공될 수 있는 각종 치료의 보류(withholding)를 의미한다. 연명 치료 유보가 의료 윤리의 문제로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는 연명 치료 기술의 발전, 임종 장소의 변화, 죽음의 질 문제 제기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연명 치료 기술의 발전에 따라, 요즈음 의료 현장에서는 인공 호흡기, 심박동 장치, 심폐소생술, 신투석 등을 사용하고, 인공적인 영양 공급을 지속하여, 말기 환자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망했을 환자가 생명을 지속하기는 하나 의식이 회복되지 않아 식물 상태에 빠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