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 시인이 들려 준대로 생각하니 아슴아슴한 잠이 곧 피라미떼인 것을 알 듯도 하다. 그러고 보면 멋모르고 살아 가는 우리들에게 이것은 이것이고, 저것은 저것이라고 일러 주는 이가 시인인 모양이다. 이 또한 그것의 정체를 깨닫게 함일텐데 누구나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그래서 전에 어떤 큰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했던 것인가.
그러자면 남다른 눈이 있어야 할 터이다. 그 남다른 눈이 이런 것 아닐까 싶다.
산 아래 살자 하니
그도 산을 닮는 걸가
오늘은 약수터에
물 길으러 간 아내가
흡사 그 원추리꽃 같은
산노을을 입고 왔다. - <아내의 노을>
원추리꽃 같은 산노을이 어떤 것일는지 나 같은 상상력으로는 헤아릴 길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에만 보이는 것이리라는 짐작은 간다. 눈빛만으로도 사랑의 말들을 다 새겨 들을 수 있었던 시절을 회상하는 것도 이럴 때 도움이 된다. 그렇다. 사랑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라야 대상이 바로 보이고, 바로 보아야 그것은 아름답다.
그러고 보면 서정이라는 것이 별다른 것이 아니라 삼라와 만상에 대한 애정임을 알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바꾸어 말해도 될 듯하다. 시인이 시를 쓰는 것은 바로 그런 사랑의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사랑하며 살아 가야 하는가를 일러 주기 위하여 사랑이 가득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바라봄을 읊조리는 것이 시를 쓰는 이유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