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풍부함: 소비사회의 풍부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인 드럭스토어(drugstore)를 보자. 이 곳에서 사물은 파노플리(panoplie/세트)나 콜렉션(collection)으로 조직된다. 다른 사물과 완전히 무관하게 그 자체만으로 제공되는 사물은 오늘날에는 별로 없으며 사물들은 아주 조금씩밖에 다르지 않은 시리즈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그 특수한 유용성에서 이러저러한 사물과 관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체적인 의미 속에서 사물의 세트와 관계한다(14-6). 그렇다면 이 “풍부함의 기적”을 현대인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것 일까?
이의 대답으로 보들리야르는 멜라네시아의 카고신화를 끌여들여 현대인의 사적 및 집단적 소비의 사고방식(=소비의 주술적 사고(22))을 설명한다. 멜라네시아인들은 자신들의 가난이 백인들이 세계의 끝에 있는 자신들의 조상들이 보내준 물품을 백인들이 가로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고 그래서 백인의 주술이 효력을 잃게 되면 조상들이 놀라운 화물을 가지고 다시 올 것이라는 믿었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꿈나라의 환상에 둘러싸이고 반복된 광고에 설득되어, 자신들에게 ‘풍부함에 대한 자연권’이 있다고 믿으며, 현재의 풍부함을 당연한 자연의 결과로서 받아들인다. 멜라네시아인들과 현대인들 모두는 자신들이 풍부함이 역사적, 사회적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강탈되고 획득된 것으로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정당한 상속인인 호의적인 신화적 심급, 즉 기술, 진보, 경제성장 등에 의해 분배된 것으로 나타나는(24)-일상생활의 기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주술적 믿음에서 은폐되었던 생산의 질서-역사와 기술, 계속되는 진보와 세계시장과의 관련성-를 드러내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작업은 단지 생산의 질서만이 아닌, 오히려 기호조작의 질서인 소비질서가 생산 질서와 얽히어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