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렇게 우리의 머리 속에 저장된 ‘기억’ 덕분에,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와 무엇을 하며 지내고,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는가? 이러한 끊임없는 물음들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고, 그것을 계속적으로 ‘기억’하며, 또 그것을 되뇌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내 마음 밖의 세상을 믿어야 한다. 기억은 못할지라도... 눈을 감고 있어도 세상은 믿을 수 있을까? 존재하겠지?” (눈을 감았다 뜨면서)
“(존재)하는군. 현재의 나를 알려면 기억이 필요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었지?”
영화 속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이다.
지금 이 순간, 과거의 어느 순간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 대사와 같은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며, 우리는 곧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것은 기억이라는 것이 단순한 정보의 저장이 아니라, 인간의 실존과 관련된 것임을 설명해 주는 것이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이란 곧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일이며, 이는 곧 존재 자체를 허물어지게 하는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