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2000:334)가 접어설을 위한 근거로 제시한 (1)을 보자.
(1) ‘-이다’가 선행명사와 함께 하나의 음운론적 단어를 이룬다는 것
(1)의 성격을 보여주는 한 예로 ‘밭이다’가 /바치다/로 발음된다는 구개음화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조사의 전형적인 예인 주격조사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밭이’가 /바치/로 발음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즉 구개음화가 접어적 성격을 규명하는 한 근거가 된다면 주격조사 또한 접어가 되며, 고로 ‘-이’를 조사로 보는 조사설과 접어설은 서로 대립되는 견해가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2. 용언설 대 조사설: 긍정적 근거의 비교
조사설에 대해 진정으로 대립되는 설은 용언설이다. ‘-이’의 성격 규정과 관련하여 용언설과 조사설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용언설의 입장부터 살펴보자. 용언설이란 ‘-이’를 용언으로 보자는 것이다. ‘-이’란 용언은 기존에 없는 표현으로 새로운 용언 하나를 더 추가한 셈이 된다. 그에 반해 조사설은 ‘-이’를 어떤 조사로 보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지는데, 여기서는 서술격조사설보다는 주격조사설이 더 개념적으로 낫다고 주장한다. 이는 서술격조사설은 새로운 조사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것인데 반해, 주격조사는 기존에 있는 주격조사와 같다고 보는 안이기 때문이다.
경험적 근거와 관련해 볼 때, 용언설의 경우 앞서 기존에 용언 ‘-이’라는 것이 없으므로 그것과 유사하다는 것을 보이는 성격의 경험적 근거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다만 ‘-이’를 용언으로 보아야 한다는 성격의 근거만이 있을 뿐이다. 엄정호(2000:341)의 표현을 빌면 (2)와 같다.
(2) 자립형식인 명사구 뒤에 형태적으로 의존하는 것(조사)과 항상 의존 형식인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 에 형태적으로 의존하는 것(어미)이 구별되기 때문이다.
즉 ‘-이’를 용언으로 보는 근거는 (2)와 같은 일반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계사 구문의 ‘-이’가 어미 앞에 오므로 위 일반화에 맞추어 용언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