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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 여자, 하인숙
“인숙”은 내가 도망치듯이 벗어난 “무진”에서 음악 선생을 하고 있다. “인숙”은 성악을 전공하였으면서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유행가를 거침없이 불러대고, 단지 내가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계획적으로 나에게 다가선다.
“인숙”에게 “무진”은 미쳐버릴 것만 같은 공간이다. 책임도 무책임도 없는, 아무 것도 명확한 것이 없는, 혼란스럽고 안개같이 뿌우연 공간이다. 스물 몇 살의 처녀에게 그런 곳은 몸서리치도록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었으리라.
자신의 목적을 위해 못 할 것이 없어 보이는 “인숙”은, 속물들과 어울리는 것이 싫지만 그저 심심하기 때문에 그들과 어울리면서 성악을 공부하고도 아무 거리낌없이 유행가를 불러대는 그녀는, 내가 서울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자 대뜸 나에게 서울로 데려가 달라고 떼를 쓴다. 그런 그녀에게서 나는 청년 시절의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어둡고 부정적이게만 보였던 자신의 모습을 읽는다. ‘그 시절의 나도 그래서 이 곳을 벗어나고 싶어했었지..’ 그런 그녀의 모습은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하여 연민을 느끼게 한다. 그 때에 나는 그녀에게 느끼는 그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되었나보다. 나는 가정이 있는 남자임에도 그녀와 정사를 나눈다. 이 것은 그 곳이 “무진”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울”에서의 나는 이렇다할 일탈을 꿈꾸어 본 적이 없었으며, 그저 장인과 아내가 말하는 대로, 그들이 정해놓은 일들을 하는 꼭두각시와 같았다. 하지만 “무진”은 나에게 혼란을 주며 나의 사고를, 나의 완전한 이성을 끈을 조금 흐트러 놓는 공간이기에 그 공간에서 나는 감히 일탈을 꿈꾸고 비윤리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