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렇다면 지금까지 서술한 무교의 일반적 특성 외에 한국 무교가 가지는, 한국무교의 의의는 무엇일까?
첫째, 한국 무교는 그야말로 철저한 현세주의를 따른다. 한국 무당들의 주된 관심은 어디까지나 살아남은 사람들의 복락 기원에 있으며, 그들의 역할이란 언제나 인간의 질병을 치료해주고 부귀다남의 행복을 주는 것이다.
둘째, 한국 무교는 어느 무교보다도 여성의 역할이 크다. 경직된 유교의 남성 우월주의 문화 하에서, 무교에서만은 여성의 영향이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남성을 압도한 것은 괄목할 만한 사실이다. 물론 이를 남녀평등이라고 보기에는 어폐가 있을 수 있으나, ‘고대로부터 한반도에서 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몇 안 되는 영역’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셋째, 신보다도 인간중심주의에 입각해 있다. 일반적으로 북방의 무당들은 귀신을 만나러 천계나 지하로 내려간다. 하지만 한국의 무당들은 귀신을 인간 세계로 끌어들인 뒤 사정하고 아첨한다. 소원을 비는 인간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만나러 귀신이 인간 세상에 오게 할 만큼 인간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민족의 일반적인 속성과도 일치하는데, ‘홍익인간’이나 ‘인내천’으로 표현된 인간존중의 사상이 바로 그것이다.
넷째, 한국무교는 평화를 무척 사랑한다. 무당이 귀신과 대결할 때조차, 그것은 선악의 대결이나 삶과 죽음의 사투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귀신을 어우르며 회유, 아첨하고 비는 것이다. 아내와 동침을 한 악신을 춤으로써 회유한 처용의 설화-처용가, 처용무-는 이와 관련한 유명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관용의 정신이다. 유교, 불교, 도교, 그리스도 교 등의 유입 과정이 그 예이다. 처음에는 무교와 신종교 사이에 대결이나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결국에는 전체적으로 융화, 조화의 모습으로 자리잡게 된다. 부처님, 하나님을 부르며 현세의 꿈을 소망하는 것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어색한 모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