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상도>를 읽으면서 최인호가 이제 늙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두 가지인데 긍정적 의미로는 인생을 총괄하는 능력이 유난히 빛나는 점. 즉 인간의 삶을 한 눈에, 한 마디로 표현할 줄 안다는 것이고, 한편으로는 상도 5권에 이르러 강해지는 종교적 색채, 좀 심하게 표현하면 불교와 천주교가 혼합된 간증과도 같은 묘사 때문에 그가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여기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생각이 좀 복잡하고...약간 아쉬운 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몇 가지... 왜 꼭 상도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은 `절세 미인`이어야 할까? 젊고 이쁘지 않으면 주인공이 될 수 없나?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생각해서 그런건가?
또 앞에 서술했던 내용이 요약,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건 왜 그럴까 추측을 해봤는데 아마도 신문 연재 소설의 특징이 아닐까 싶었다. 앞 부분을 못 읽은 독자를 위한 배려 정도로 생각했는데 맞는지....
소설을 읽으면서 따로 메모를 하는 일은 극히 드문데 석숭 스님이 임상옥에게 준 세 화두와(死, 鼎, 戒盈杯) 이 글은 노트에 적어 두었다.
<본시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으며, 나지도 죽지도 않으며, 오는 것도 아니며 가는 것도 아닌 것을 네가 괴로워하는 것은 진흙 덩어리에 불과한 네가 소유하려 하기 때문인 것이다.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욕망이 진흙 덩어리에 불과한 너의 실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고통과 괴로움은 너의 욕망 때문이며 너의 애욕 때문인 것이다. 보아라. 너야말로 저와 같이 진흙에 불과하지 않느냐. 진흙 덩어리에 불과한 네가 도대체 무엇을 그토록 고통스러워하고 있음이냐.그 고통은 바로 너의 욕망 때문이 아닐 것이냐.> -도공 우삼돌이 자신이 만든 토우를 보며 깨달음을 얻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