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만해 상상력의 구심점은 `님`이다. 시집 『님의 침묵』은 님의 `침묵`에서 출발하여 다시 님의 `침묵`으로 돌아가는 님과 나 사이의 침묵으로 이어진 존재론적 드라마인 것이다. `님은 갔읍니다`, `참아 떨치고 갔읍니다`라는 님의 소멸에 대한 절망적 인식은 바로 만해 시의 출발점이 된다.
이와 같은 소멸의 모티브는 이율배반의 양상으로 드러난다.(`낙화의 아름다움`, `석양의 황홀함`-「떠날 때의 님의 얼굴」) 이러한 양상은 소멸을 기점으로 하여 존재와 부재의 갈등을 겪는 이원론적인 사고양식을 띠고 있는 것이며, 이 갈등은 모순의 개념으로 역설법에 의해 시적 실체화를 획득하게 된다. 이원적 세계관의 대립과 갈등은 결렬한 삶의 몸부림과 고통(`목숨을 빼앗고 죽음도 주지 않는`-「차라리」)을 유도하게 된다. 이것은 소멸이라는 테제가 역설과 모순이라는 안티테제와 충돌하는 변증법적 갈등의 과정을 겪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소멸에 대한 안티테제 형식은 이원론적 대립을 화해하려는 역설과 모순의 양상이며 이것이 바로 모순의 표면적 양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