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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삼국지연의》를 몇 개의 단원으로 분할한다면, 그 중에서도 〈적벽대전〉(제43-50회)이야말로 가장 정치(精致)롭고 훌륭한 줄거리이며, 가장 인구에 회자되고 음미할만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상의 적벽대전은 동한 헌제 건안 13년(208)에 발생하였다. 이 대규모의 전쟁에서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은 5만 명의 군사만으로 조조가 이끄는 수 십만 대군에 저항하여 반격을 가했다. 연합군은 교묘한 화공법으로 조조군을 대파함으로써 위·촉·오의 삼분정립 형성에 기초를 다졌던 전쟁이었다. 이는 매우 중대한 의의를 지닌 전쟁이었기 때문에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창작에 있어서도 중요한 제재가 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사에서의 적벽대전에 관한 기록은 지나치게 간략하다. 《삼국지》에서는 「정사(正史)」라는 체제상의 한계로 인해 관련 자료를 여러 편의 본기(本纪)와 열전(列传)으로 나누어 삽입하고 있으므로, 산만하고 자질구레하기 그지없다. 《자치통감(资治通鉴)》에서는 각종 자료를 종합하는 일은 하였지만, 사건의 대체적인 윤곽만을 서술하고 있고 전체 글자 수도 3000여 자에 불과하다. 나관중은 이러한 역사자료들을 충분히 파악한 다음, 천재적인 상상력으로 다양한 형식의 예술적 픽션을 운용함으로써 장장 8회에 걸친 장문의 줄거리로 바꾸어놓았다. 내용 면에 있어서도 역사적인 사실이 반영됨과 동시, 파란만장하고 극적인 상황이 반복되는 깊은 문학성을 구비함으로써 미묘한 운치가 흘러 넘치는 희대의 전쟁소설로 재창조되었다.
「적벽대전」의 전체 줄거리는 대체로 다음 네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1. 발단: 조조는 싸우지도 않고 형주를 얻고, 유비는 패하여 강하(江夏)로 달아난다. 이 때, 제갈량은 유비의 명을 받들고 강동으로 가서 손권과 함께 대사를 상의한다. 소위 83만이나 된다고 하는 조조의 대군이 승세를 몰아 강동을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