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헬레나가 처음 ‘라다크’에 도착해서 보고 체험한 것은, 그들이 낳고 자라며 보았고 그래서 형성된 온갖 사고체계와 가치 판단-빈부의 기준, 남녀 평등의 문제, 행복의 기준, 자유의 개념, 문맹과 무지-대한 서구적 인식의 오류, 특히 진보와 발전의 정의 등이 절대적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서구적 기준의 진보는 이곳 라다크에선 전혀 쓸모 없는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서구적 기준으로 볼 때 가난하지만 척박한 자연 환경 속에서 그들 나름대로 적응하며 쌓아온 생활 방식과 문화는 자립경제, 수준 높은 정신 문화, 공동체 지향의 협동적 삶, 관용과 너그러움의 인간관계, 삶의 만족감과 행복한 표정 등으로 요약해서 말할 수 있다. 공동 협업의 농사일, 가축인 ‘조’를 아끼며 놓아기르는 모습, 진흙으로 집을 올린다든지 자연 속에서 땔감과 비료, 심지어 분뇨까지 재활용해서 하나도 버리는 것 없는 생활 방식, 그래서 환경 오염의 문제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은 모습, 대가족 형태의 가정적 교육 환경과 인격적 성숙, 그 모두는 마치 우리 나라에도 얼마 전까지 남아 있었던 농촌의 한가한 마을쯤을 연상케 한다.
그런 라다크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서구 관광객들의 밀물 같은 유입과 그들의 헤픈 씀씀이는 라다크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것으로 비춰지고 인도로부터 들어오는 현대 영화와 각종 문명의 이기들은 라다크 사람들의 마음을 서서히 사로잡기 시작한다. 서구에선 그 사용의 환경적 피해나 부정적 결과의 확인으로 사용이 조심스럽거나 중지된 비료와 살충제, 분유 사용, 석탄 석유 등 광물 에너지원의 사용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지은 집 등이 이제 막 문명의 이기(?)의 맛을 본 라다크 인들에겐 떨칠 수 없는 마력으로 생활 곳곳에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