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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 김주영에게서 이 말의 진면목을 느끼게 된다. 요즘처럼 가벼운 읽을거리가 판치는 세상에서 작가가 지나온 삶의 나이테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을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 김주영(金周榮), 내가 맨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한건 소설 <객주>를 통해서였다. 일개 보부상이었던 천봉삼이 매판자본과 일본상인을 응징하는 초기 민족자본가로 성장했다가 결국 권력층과 결탁한 매판상인들에 의해 몰락한다는 줄거리로 역사에서 소외되어 오던 민초들의 삶과 보부상의 걸죽한 토속어를 생생하게 재현해 놓아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소설 <객주>의 느낌 때문인지 그를 대하/장편소설 작가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소설 <홍어>를 보고 약간 당황스러웠던 것도 독특한 제목과 단편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소설 <홍어>를 읽기 전 홍어… 하면 떠오르는 건 입안을 톡 쏘는 알싸한 맛과 눈물이 핑~ 돌 정도의 역한 냄새 뿐이었다.
옆집 남자가 세영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홍어`라는 별명을 가진 아버지는 읍내의 주막 춘일옥 부인네하고 불미스런 일을 저지르고 도망친 후 여러 해 동안 소식이 없다고 한다. 어머니는 돌아올 기약 없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말없이 긴 겨울을 견딘다.
소년에게 몽유병과 연날리기와 새잡기와 한밤중의 밀회 등 온갖 수상하고 신기한 행동을 보여주던 삼례는 겨울이 끝나가던 어느날 마을 자전거포에서 일하던 청년과 사라져버린다.
아버지가 떠난 지 6년 후인 이듬해 봄날, 집으로 한 낯선 사내가 찾아와 결혼후 종적을 감춘 삼례의 간 곳을 대라고 위협한다. 어머니가 돈을 주어 달래자 떠난 그는 가끔씩 마을 방천둑과 소택지 부근을 배회하곤 한다. 그러나 그 역시 여름이 되자 사라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