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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 한가하게 쉬는 날이라 그런지 마음도 몸도 상쾌했다. 마치 모든 것이 재미있을 것 같은, 호기심 가득 찬 날이라고 할까. 이런 날에 책을 읽는 것은 정말이지 마음의 풍요를 누리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던 `봉순이 언니`를 찾았고 촌스러운 이름 `봉순이`는 나를 더 궁금증에 호소하게 만들었다. 봉순이 언니는 내가 상상하던 인물과 너무 다른 인물이었다. 어찌 보면, 그런 시대에 어색함이 없는 것 일 수도 있지만, 요즘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없으므로 약간의 충격 또한 받았다.
나는 아름다운 옛날, 즉 기와집이 있고 지푸라기 타는 냄새가 나는 시골, 그리고 봉선화가 곱게 핀 곳에서 꽃을 따고 있을 것 같은 봉순이 언니를 상상했다. 하지만 봉순이 언니는 어느 가정의 식모였다. 오갈데가 없어서 남의 집에서 일하고 의식주를 해결하는 우리 들의 슬픈 과거의 표상이었다. 처음엔 봉순이 언니도 정 많은 집에서 그래도, 괜찮게 살았기에 복 받은 것이라 여겼다. 옛날에 이런 일을 하며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눈물겹고 서러웠던 것 같으나, 봉순이 언니는 약간의 멍청함과 밝은 모습 등으로 예쁘게 살았던 것 같다.
가난한 집에서 따뜻한 가족들과 함께 주인집이 부자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바퀴벌레를 쥐는 것 또한 서슴지 않았을 정도로 행복한 마음으로 살았던 것 같다. 과거에, 그 못 살던 시대에 미국이 좋아 보이고, 부가 조금 늘면 냉철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심리였을까? 그리고 없는 사람은 피해 당하고 슬프게 살아야만 하는 것이 원리였을까? 그렇다면, 봉순이 언니는 그 속에서 슬픈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 봉순이 언니가 바퀴벌레를 훔쳐와서 그런지 몰라도, 주인집은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봉순이 언니도 부자가 되었다는 것을 뜻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봉순이 언니는 남이기 때문이다. 점점, 남처럼 인식…
하지만 그것은 봉순이 언니도 부자가 되었다…